기간 2026.05.06 - 05.28
작가 방석영
장소 이랜드스페이스
주최 이랜드문화재단
먹의 검정은 단지 검은 것이 아니라 밝음보다도 무한한 가능성, 밝음으로 드러나기 이전의 분주함이 그 안에 있다. 흰 여백은 어둠에서 키워낸 철학의 절정이 있는 공간이다. 무채는 다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극적인 아름다움과 질박한 해학이 있다. 화선지에 먹이 닿으면 백과 흑이 충돌하고, 젖고 번지는 과정을 통해 결국 조화된다. 극적인 충돌일수록 더 큰 새로움이다.
자신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은 곧 세계의 질서를 알아가는 여정과 다름없다. 스케치 없이 붓질로 시작하는 나의 작업은 오직 팔 관절의 컴퍼스를 이용하여 즉흥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물질로서의 나’, ‘생명으로서의 나’를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자신이라는 근본, 생명이라는 근본, '있음'이라는 가장 기쁜 본질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라는 마을 안의 여러 관문들은 인생의 고비들을 넘기는 문턱이고, 이 세계를 움직이는 질서를 깨닫게 하는 검문소이자 쉽게 알려주지 않는 '해학의 문'이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 질서 안에서 서로 연결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여러 인연의 형태가 모이면 인류라는 커다란 유체를 이루고, 지구라는 작은 단위가 모여 우주 또한 그렇게 영속된다.
방석영|작가노트